현역 때는 모의고사 때보다 점수가 안나와서 망설임없이
재수를 선택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어.
재수 때는 현역 때보다 점수도 잘나왔었고.
하지만 나만 잘본게 아니더라.
등급에서 쭉쭉 밀리고 수시 떨어지고나니 정시로는 서울 하위권밖에 선택지가 없었어.
내가 고작 이 대학을 가려고 재수를 한건가 하는 생각에 삼수를 고민했어.
생각했지.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출신 대학을 말할 때 당당하게 나 ㅇㅇ대학 나왔어요.
라고 대답할 수 있는지.
내 대답은 NO였어.
그래서 삼수를 선택했어.
태생이 문과였고, 수학, 과학이랑은 거리가 먼 내가 삼수 때는 이과를 선택했어.
이유는 하고싶은게 없어서.
문과로는 취업이 잘 안된다는게 정설이니까.
취직까지 미끄러지면 정말 20대 후반까지 백수로 살아야 되니까.
그래서 취업이 잘된다는 이과로 방향을 틀었어.
문과 수학도 3등급 겨우 나오던 내가 이과로 가겠다고 하자,
주위 사람들은 모두 말렸지.
하지만 나는 3학년 때 취업하고 싶었어.
더이상 모자 푹 눌러쓰며 놀러가지도 못하고 집 학원 집 학원
이런 생활을 하기가 싫어서.
정말...열심히...공부했다고 생각했는데.
고3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 모두 과잠입고 신촌 홍대 이태원에서 놀 때
나 혼자 노량진에서 썩어가고 있어도
내 미래는 걔들보다 더 빛날거라는 확신을 갖고 공부했는데
그랬는데............나 더이상 공부고 뭐고 살아갈 의욕조차 안생긴다.
수능 끝나고 자살하는 학생들 이해 못했는데.
자살할 용기로, 옥상에 올라갈 용기로, 몸을 던질 용기로
더 열심히 살아가지.. 이렇게 생각하던 나였는데
이런 기분이라면 정말 자살까지 할 수 있을거같아.
사수는 생각도 안하고 있고 그럼 고졸로 살아가야하는데..
공부하는것 빼고는 능력하나 없는 내가
인문계 고등학교 나온 내가
기술 하나없이 고졸로 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나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정말... 아무 생각 안든다.